1. 책 소개
이 시계가 하루에 십 분의 시간을 내 줄 거야. 시간을 사는 방법은 아주 쉬워.
돈은 필요 없다. 넌 행복한 기억을 하나씩 주면 돼. 어때, 나와 거래를 하겠니? -본문 중에서
<시간가게>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보름달문고」 제53권으로 출간되었다. 이나영 작가의 첫 번째 장편동화로 제 13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책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기억과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소재를 판타지로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오직 1등이 되기 위해 날마다 10분의 시간을 사는 대신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잃어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소녀 '윤아'의 이야기로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을 풀어내었다.
2. 줄거리
초등학교 5학년인 윤아는 엄마가 짜 놓은 계획표에 따라 하루 종일 학원을 다닌다. 전교 2등이라는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과외도 하고 학원 스케줄에 쫓겨다닌다. 엄마는 먼저 돌아가신 아빠에게 떳떳하기 위해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밤낮없이 바쁘게 일을 한다. 윤아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힘들어도 벅차지만 1등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어느 날, 윤아는 우연히 '시간 가게'에 가게 되고 자신의 행복한 기억 한 가지와 10분이란 시간을 거래하게 되고, 점차 행복한 기억을 잃어가면서 여러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
3. 감상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 이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엄마와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_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시간가게>는 행복한 기억과 시간을 거래하는 판타지 속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가 편한거야."라고 말하는 엄마.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지만 부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고통받는 아이들.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겪는 학업 스트레스는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현실을 10분의 시간을 사며 벌어지는 판타지로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처음 10분을 살 때는 지각을 면하기 위해, 다음에는 시험 문제를 다 풀지 못해서 등 당장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행복한 기억을 판다. 점차 행복한 기억을 잃어가면서 역설적이게도 시간을 사기 위해 행복한 기억을 차근차근 되짚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된다.
책에서는 어린이의 모습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지만 어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행복한가? 지금도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에 행복할 수 있을까?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무엇일까? 이 책은 사교육에 지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책을 함께 읽고 아이와 함께 행복은 무엇인지, 나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무엇인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